[현장기록] 1. 각각의 서사를 이어 연결의 지역으로 | 2023 고흥지역문화포럼 현장

관리자
발행일 2024-01-15 조회수 183

각각의 서사를 이어 연결의 지역으로
2023 고흥지역문화포럼 현장

“고흥에 산지 11년이 됐습니다. 지역에서 재미있게 살 방법을 고민하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지 어느덧 7년이고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많은 청년 활동가들을 보니, 우리 지역 어린이들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겠구나 하는 꿈을 꾸게 되네요.”  - 전남 고흥 ‘꿈꾸는 놀이터’ 김경희 대표
누군가는 이곳에서 가능성을 본다.

“여러 청년 모임을 꾸리며 지역에서의 제 일을 개척해가고 있는데요. 하동 청년들과 지역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이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 경남 하동 ‘카페 하동’ 김다은 대표
또 누군가는 지역 활동의 방법을 배운다.

“지난 10년 제가 마을에서 실행했던 문화 활동의 지원 사업이 곧 종료됩니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주민과 공동체의 ‘협력자’인줄 알았던 나도 사실은 ‘공급자’였다는 뼈아픈 깨달음을 얻기도 했어요. 10년 간 누적된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제 삶을 ‘협력자’로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경북 칠곡 (주)작전명이유 이유미 대표
자신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이도 있다.

“20여 년 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이주여성 등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과 함께하는 문화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해왔어요. 그동안 모든 사람에게 예술성과 창의성이 있다는 신념으로, 그 불씨를 일으켜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쳐왔는데요. 막상 돌아보니 저는 그리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매년 거듭되는 지원사업은 제 경험과 이력을 매번 처음으로 돌려놓는 것 같아 힘들기도 했고요. 2023년은 스스로 안식년을 갖고 나를 기획해보자는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 전남 해남 문화기획자 정수연 씨
지역문화생산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번아웃’도 거론됐다.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밀도 높게 공간을 채우는 사이 자연스레 연결의 장이 만들어진다. 누군가의 고민에 ‘나 역시 그렇다’는 공감이, 활동의 방법을 찾는 이에겐 따스한 응원과 조언이 오간다. 오늘 처음 마주한 얼굴이라도 상관없다. 서로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순간 ‘낯섦’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며 단단한 연결고리가 채워진다.

2023년 12월 27일, 지역 문화 현장이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정신없이 돌아가던 이 때에 지역문화생산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마리안느와마가렛 나눔연수원에서 열린 고흥지역문화포럼 ‘로컬의 미래를 만드는 대화와 연결’ 현장이다. 고흥군문화도시센터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함께 기획한 이날 포럼에는 가깝게는 전남, 경남부터 멀게는 경기, 강원까지 그야말로 전국에서 80여 명이 모였다.

“각지에서의 이동 시간을 모두 합친다면 오늘 이 자리는 총 300시간의 노력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안연정 CSO의 말이 새삼 ‘멀고 먼’ 고흥까지의 거리를 실감케 한다. 먼 거리와 이동 시간, 각종 업무 부담을 뚫고 전국 지역문화생산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큼이나, 이날 포럼의 진행 방식도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컨퍼런스, 포럼 따위의 행사가 몇몇 인물에 집중된 발제‧토론 중심이라는 것과 달리 참가자 개개인의 활동과 고민, 지향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 그렇게 ‘로컬씬’의 화두 중 하나인 ‘연결’이 각자의 ‘서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장면이 완성됐다.

고흥군 문화사업을 총괄‧기획하는 최지만 총괄감독은 “인구감소, 지역소멸 등 지역이 ‘문제적’인 공간으로만 인식되는 상황을 타파할 방법으로 지역의 ‘서사’에 주목하게 됐다”며 “전국에서 활동하는 각 지역문화생산자들이 서사를 통해 ‘연결’되면서 지역을 보다 새롭게 인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이번 포럼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자리에서 쌓인 개인의 서사가 지역의 서사, 우리의 서사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만큼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 번의 연결이 당장 지역에 닥친, 혹은 지역문화생산자 개인이 품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포럼이 그런 실마리를 제공했음은 의심치 않아도 될 듯하다. 

“저는 연변에서 태어나 10년 전 한국에 왔어요. 지난 10년간 국내 많은 지역을 떠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요. 요즘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곳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요. 각자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겁고 재밌었습니다. 오늘 이 현장이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고 응원이 됩니다.”  - 강원도 양양 설치미술가 황호빈 씨


▮ 사람, 지역, 연결로 만들어 가는 문화도시 고흥 이야기

고흥 문화도시 사업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이어졌다. 그 첫 순서로 고흥군문화도시센터 김주열 센터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사람’, ‘지역’, ‘연결’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진행해온 고흥군문화도시센터의 활동성과를 소개했다.
“지역의 서사란 곧 지역의 언어, 주민들의 언어로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 이미 일상이 된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쉽지 않고요. 주민들이 늘 보던 사소한 풍경, 늘 먹던 음식에 당사자의 언어와 서사를 입히면 특별한 지역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노마드 고흥’이라는 주민 여행기획단을 운영하며 이를 풀어보려 했죠. 이를 통해 다섯 개의 여행 코스가 만들어지는 성과도 있었고요.”
그는 지역 내 개개인의 욕망을 파악하고 관계를 ‘연결’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공유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세대와 취향을 막론한 “느슨한 연결”을 향해간다는 게 일단의 방향이라고.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는 늘 고민인 거 같아요. 하지만 관계의 풍성함, 연결의 다양함을 통해 개인의 서사와 언어의 특별함을 주민 스스로 인식하게 돕는 게 저희가 지역에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성과가 아닐까요? 이런 것이 바탕이 될 때 ‘지역’이 계속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지역의 일상 속 새로움을 발굴하는 작업에 대해

보다 격의 없고 솔직한 현장 실무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고흥군과 고흥군문화도시센터가 함께 발행하는 매거진 ‘모당모당’ 고영직 편집장이 사회를 맡고 김주열 센터장, 권지애 팀장, 오진이 대리가 무대에 올라 그간 문화도시 사업의 소회를 나눈 것. 30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업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솔직한 속내와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사업 진행자건 참여자건 서로 동등한 ‘주민’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과정(오진이 대리)”이자 “지역의 삶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만들어 가는 일(권지애 팀장)”이 문화도시 사업의 가치라고 설명한 이들은 새해에도 사람, 지역, 연결이라는 주제로 고흥을 보다 단단히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주민들은 정작 지역에 있는 자산의 소중함, 특별함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가 해야할 일은 바로 그런 자산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주민들과의 간격을 좁혀나가며 새로운 관점을 만드는 고흥군문화도시센터의 활동을 계속 응원해주세요.” - 오진이 대리

“저희가 진행한 활동이 주민들로 하여금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있었어?’ 하는 발견의 계기가 되어왔다고 자부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분들 사이에서도 ‘심심한데 고흥 한 번 가볼까’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새해에도 의미 있는 활동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 권지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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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 박누리(월간옥이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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