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윰윰윰 #경북칠곡 #마을과사람이있는곳의연결자

윰윰윰
발행일 2023-12-23 조회수 288
로컬에서 ‘관계를 기반으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 경상북도

자기 소개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이유미/(주)작전명이유/윰윰윰/이유있는 반항아

20대 덕질의 이유!
H.0.T.를 좋아한 소녀는 오빠들을 보기 위해 공연 기획자가 되는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했으나, 경제난, 체력난, 멘탈난 3중고를 겪으며 철저하게 실패를 맛보다.

30대 마을의 이유!
칠곡인문학마을을 만나면서 마을, 공동체, 삶의 기획의 이유를 찾아 헤맨 지난 9년, 이 곳에서 일을 통해 목격한 나의 성장과 생각의 확장, 내 주변 관계의 성장과 확장은 내가 이 일로 먹고사는 이유임을 깨달았다.

40대를 준비하는 작전명 이유!
이유미를 이루고 있는 수만가지 이유가 삶과 업의 동력과 작전(전략)임을 알아차린 문화기획자!


지역활동 소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잠을 자는 곳(대구)과 주생활지역이자 법적 주소지(경북 칠곡군)가 다릅니다. 

주생활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일, 쇼핑 등등)과 사람을 만나는 활동(맛있는 식사, 커피, 수다, 꽃놀이, 단풍놀이)을 하고 잠을 자는 곳에선 간단한 산책과 눕기, 자기 등의 휴식활동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케어활동(건강케어, 헤어?케어, 심리케어)는 모두 생활권에서 20km이상 벗어난 곳에서 해결 합니다.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직업인으로서 저에게 지역의 범위는 계속 변화하고 있어요. 1-2년전까지만해도 저에게 지역은 오직 경북 칠곡군이었는데요. 여기서 하는 활동은 위의 생활패턴에 업무시간을 추가하면 거의 유사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지역과의 관계가 늘어나면서 제가 그날 머무는 곳이 저의 지역이 됩니다. 

그 날은 그 동네 오래된 커피집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가까운 공원이나 숲을 산책하고, 전시나 행사가 진행되는 작은 공간이 있다면 들리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직업인으로서 특별히 다른점이 있지 않은듯하여 뜨끔하지만, 그냥 그 지역의 삶을 잠깐이라도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애쓰는 유일한 부분이네요.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콘서트 연출가로 H.O.T.를 보기 위해 꿈꾼 서울 진출을 찬란히 실패하고 고향으로 낙향(?)했어요. 

그리고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데 어떠한 형태로든 창작의 1차밴드에 있고 싶었습니다. 

괜한 자존심에 단순히 누군가의 공연을 유통하는 과정에 존재하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그 이유가 저를 흘러흘러 농촌마을까지 오게 했고,  이리저리 여러가지 자리에 불려 다나지만 여전히 마을회관에서 웃고 떠들 때 마음이 제일 편합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영감을 주는 장면을 곱씹어 보는데 위로를 받는 장면과 같아서 놀랐어요. 영감과 위로는 한끗 차이인가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골목길 벚꽃과 단풍, 밭에 예쁘게 묶여 있는 김장배추, 노을지는 낙동강, 초월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수 있는 (시크하면서도 오싹하게 재미있는) 주민들의 농담 진담 경계없는 각종 촌철살인 모멘트, 모르는 것은 끝까지 질문하고 같이 알아가는 이웃들… 등등

저는 그냥 작은 일개미가 부스러기 옮기는 것 같은 풍경에 위로(영감)를 받으며 애정을 쏟아요.



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성취 뒤에 좌절이 오고, 그 좌절을 뒤따라 성장이 붙어 있네요. 성취-좌절-성장이 한세트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한 지역에서 8년을 담당한 사업의 시즌1이 종료 됩니다. 이 사업에 10년을 ‘지원’한 것이 우리 지역이 제일 잘한 일이라 말했고, 10년이 켜켜히 쌓여 이제는 지원체계를 벗어나도 이어갈 수 있을거라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활동 지원의 불확실성이 위기로 다가올 때! 상상은 해봤지만 실제로 연습 해본적 없는 불안이 엄습할 때! 10년의 공든탑이 무너지듯 자꾸만 관성적인 방식과 고집 섞인 민원의 굴레를 맴도는 활동가들을 마주하며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의 짬바는 DNA가 되어 불편한 한명이 질문을 던지고, 모든 의견을 존중의 태도가 다시 논의를 하게 만들고, 중심을 잡아가는 이웃들을 보면 사업에서 만들어진 방식이 삶으로 자리 잡아 가는 흔적으로 남았구나 확인하고 안도 합니다. (성장까진 아니고 튼튼한 근육이 생기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일련의 좌절-절망-성취-다시 안도하는 과정에서 ‘품이 넓어지고 있구나!’합니다. 우리가 하는 기획 또는 사업, 정책이 진짜 삶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 같아 향후 과정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계속 읽어가기로 ‘얼마전’ 결심했습니다. 


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한 사람을 꼽아야 한다면 저는 굴비처럼 엮어 한 무리로 소개하겠습니다. 요즘 제일 자주 만나고 교류하는 사람들은 칠곡에서 같이 활동하는 청년 문화생산자들 입니다. 

호명을 한다면 ‘고은지, 구영민, 김승훈, 박도영, 박승민’입니다. 저포함 이들을 오합지졸 칠곡커들이라 부릅니다. 

불과 5-6개월전까지도 각자 다른 소속에서 안정적 협업을 했는데 지금은 각자의 소속, 주요 일거리, 역할 모두 섞여 대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자연스럽게 사업이 아니라도 협력, 방문, 응원, 기밀정보 공유, 군정동향 파악 등을 하며 한 지역에서 오래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지치지 않고 일하며 유쾌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중 입니다.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23년, 9년을 다닌 조직을 퇴사하고 독립을 했습니다. 자유를 갈망하고 나왔지만 생각보다 저란 인간이 굉장히 소속감에 민감하고, 조직이나 동료들에게 의지해 나의 동력을 만들어 냈단걸 알고 꽤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9월 영도 문화도시박람회 ‘로컬 문화인 쇼케이스 W.W.W’에서 만난 전국 150명의 동료들이 건낸 위로와 더 넓은 울타리는 그 어떤 소속감 보다 안전하게 느껴졌어요. 

그 이후, 저도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문화생산자들에게 동료가 되어 주고 싶어 듣는 귀와 품는 마음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종료 되는 마을 사업의 다음 경로 마련하기 위해 주민+행정+전문위원들과 하반기 5개월 동안 함께 논의한 연구모임이 있었는데요.

비슷한 논의를 2년정도 해왔기에 5개월 정도면 충분 할 거라 생각했지만 진짜 현실로 마주한 주민들에겐 어렵고 폭력적인 방식이었단걸 깨달았어요. 

시작할 때도, 종료할 때도 활동의 지속을 스스로 결정한 경험이 거의 없었고, 이에 따르는 자기 결정권과 책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계셨어요. 10년 활동에 대한 담당자(저 이유미)의 무지함에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지만 당장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 들여 갔습니다! 

결국 협력적 관계라 생각했던 나도 공급자였고, 협력하는 이들에게 협의는 했어도 ‘결정권은 단 한번도 넘긴적 없는‘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나의 현장은 도대체 어디길래 이렇게 아픈 뼈때림을 주는지 두렵지만 설레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연구모임의 결과는 고흥에서 말씀드릴께요!ㅋ 늘 주민활동가분들은 저의 스승이었단 것 정도만 스포합니다!🤣😂쓰기 싫어 그런거 아닙니다!😂)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매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냅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딸, 이모, 누나, 동생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며 마음의 부채를 상환하거나…

낯선 도시에서 2주정도 머무르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폐어처럼 존재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사실 몇 해 전부터 비시즌 여행은 보상심리에서 오는 어떤 의무&오기로  작동 되는 것 같아 경계중입니다.

다가오는 겨울나기는 인생 최초로 24박 장기여행을 앞두고 있어 오랜만에 아주 조금 설렙니다. 걸으면서 날것 그대로를 마주하는 여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변화와 위기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큰 흐름으로 보면 마치 5년단위 10년단위 100년단위 한 챕터의 변화로 보이겠지만 저는 늘 한해, 한달, 하루, 오전 반나절 단위로 위기를 감지하는 산불위험 감시초소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업계나 사회가 말하는 큰 위기가 사실 피부로 와닿진 않습니다. 저의 소우주에서는 가랑비에 홍수가 날 것처럼 무섭고, 폭풍우에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동네에서 위기라는게 그런것 같습니다. 

다만 요즘은 지난 10년간 다음을 미리 준비 하지 못하고 왜 하루하루만 보고 살았을까 조금 후회하기도 하는데, 그 평범하지만 단단한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 하루의 힘을 믿기에 위기를 그다지 크게 바라보지 않는 정신승리 안전불감증이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미건조한 답변이지만 ‘꿈’이란걸 언제 생각해본지 모르겠네요. ‘꿈’이라고 하면 뭔가 너무 이상적이고 뜬구른 잡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더 시니컬 해지려고 애썼어요. 

꿈과 비슷한 이상향 또는 제 활동의 지향점으로 본다면 ‘세상에 존재했던, 존재하는, 존재할 작은 것들이 누군가에게 알려지고 소멸하는 것‘ 정도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기대합니다.(바랍니다🙏)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가까운 미래 정도에는 이웃들이 스스로에게 안녕과 안부를 물어 볼 수 있는 오픈 커뮤니티 활동을 계획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깃발 꽂고 목표 지향적으로 달려온 서로에게 쉼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가져 볼 계획입니다. 

타인과 외부를 향한 날선 질문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과 습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을 나누고 싶습니다.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고흥은 첫번째 방문입니다. ’풍문으로만 듣던 삼치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서핑 성지, 굉장한 맛집 많음‘ 정도만 주변 고흥무새들에게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컨퍼런스 방문이 저의 첫 고흥 입성이라 너무나 기대중입니다.

컨퍼런스 마치고 하루이틀 남도에 머물 예정인데요. 모든 것을 경험한 이후, 고흥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전해드릴께요^^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이 관계데이터를 쓴 모두가 글의 길이와 상관없이 1시간 이상은 소요되었을거라 예측되네요. (저는 3시간째 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텍스트로 남겨진 누군가의 ‘귀한 1시간’을 충분히 이야기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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