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례에 살고 있는 지리산방랑단의 상글입니다. 지리산이 좋아 이 곳에 머무른지 4년이 되었어요. 함께 사는 친구들과 지리산방랑단이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jirisan_nomad를 통해서 소식을 전하고 있어요. 지리산인(http://jirisan-in.net)에도 함께 게시됩니다. 방구룸뉴스도 보러오세요-!https://youtu.be/TZXextsf6Rc?si=6ZqejoyJuYtPUUHI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좋아해요. 산악열차, 케이블카, 골프장 등의 지리산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을 주로 해요. 근래엔 구례에 양수발전소 유치 계획이 들어서서 발대활동을 함께 했어요. 특히 비인간생물을 인터뷰하며 개발 이슈를 재밌게 담아본 '방구룸 뉴스'로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방랑단이 해마다 명절처럼 준비하는 '성다양성축제'가 있어요 시골에도 존재하는 퀴어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기 위함도 있고 저희가 놀거리가 없어서 자급하는 목적도 있어요. 축제 장꾼은 모두 제로웨이스트, 유기농, 비건을 지향하고 수익금을 매해 지리산 개발 사업을 막는 활동에 기부해요.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지리산방랑단은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야생동물처럼 우리도 돈 없이 집 없이 떠돌아 다녀보자! 귀촌하며 지리산에게 받은 감사한 건 많은데 우린 무얼 돌려줄 수 있지? 고민하던 친구들과 사개월동안 방랑하며 지리산을 만났어요. 방랑생활을 통해 지리산을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어요. 함께 했던 친구들과 여전히 지리산 자락에서 어떻게 즐겁게 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요. 지금은 구례에 정착하고 지리산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추운 겨울 남쪽으로 내려온 철새들이 반짝이는 섬진강 윤슬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먹이를 잡고 수영을 하고 날개짓을 할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봄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수달 가족들이 단체로 배를 뒤집고 여여하게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지리산 위에 끝없는 욕망으로 산악열차,케이블카, 골프장이라는 도면이 그려질때 지리산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한숨이 푹푹 쉬어질때가 있어요. 이럴때마다 이곳에서 묵묵히 저마다의 자리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을 이어가주는 활동가들과 연결되며 서로에게 힘을 받고 있어요. 매일아침 구례군청 앞에서 양수댐과 골프장 반대 1인시위를 하시는 분들, 산업통상자원부 앞에 가서 1박2일 농성을 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친구들, 피켓 시위에 동참하시는 사포마을 할머니들, 한달에 한번 지리산에 사는 아름다운 나무들을 만나러가는 목요일은 나무동지, 목동반 사람들, 섬진강에 깃들어 사는 아름다운 새들을 만나는 양수댐을 반대하는 새 탐조모임 등이 있어요. 밀려오는 개발 소식에 좌절하고 가슴이 먹먹해질때가 많지만 모든 생명을 기꺼이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도반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면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매일 매일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지리산 방랑단을 시작하게 된 것은 윤주옥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였어요. 지리산사람들 대표이기도 하고 구례에서 우리가 가장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는 친구이기도해요. 지리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서 우리를 초대해주시기도 하고 지리산방랑단을 가장 아끼고 항상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이에요.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지리산방랑단 친구들과 사포마을 골프장 반대활동을 하면서 방구룸 뉴스를 기획하고 촬영했어요. 나무들과 함께 살던 모든 생명들을 쫓아낸 벌목지는 처참하고 황량했지만,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하고 그 곳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영상을 재밌게 찍었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뉘엿뉘엿 해가 질때까지 우리는 웃음이 끊이질 않도록 즐겁게 촬영하고 멋지게 영상으로 기록되었어요. 사람들이 방구룸 뉴스를 시청해주고 사포마을 상황이 많이 알려졌을때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겨울을 맞이하여 지리산방랑단 친구들은 주말 묵언과 명상 수행을 진행하고 있어요. 비워냄으로서 다시 채워지는 시간을 가져요.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들에 공감하고 함께해주는 이들이 더 많이 지역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망이 있어요. 지역에서 청년 친구들이 더 많이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고요. 하지만 마땅한 주거 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지역살이를 하는 데 있어서 안전한 보금자리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요. 지리산에 내려오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어도 막상 집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요.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어요. 친구들과 지리산 둘레길에 나가 풀과 나무 공부를 이어가고 시간날 땐 섬진강에 나가 새 탐조를 하러 가기도 하고, 이런 시간들을 일상에서 더 많이 만나는 날들을 꿈꿔요.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내년에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친구들이 내려와서 지역살이를 꿈꿀 수 있을까 고민해보기로 했어요. 농촌에서 새로운 삶터를 꾸리는 데 있어서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가 겪어온 것들을 만화나 영상으로 제작해볼 생각이에요. 지역살이 꿀팁이 있는 분들은 지리산방랑단 디엠으로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저희가 웹툰으로 제작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게요. 지리산운동도 이어가면서요.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뜨거웠던 어느 여름날 남열리 해수욕장에 놀러갔던 날이 떠올라요. 가는 길에 푸르렀던 논길이 생각나요. 시원한 바닷바람 향기를 맡으면서 따뜻했던 공기가 창밖으로 내민 얼굴을 폭 감싸안았던 그 느낌이 아직 생생해요. 고흥하면 바다!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처음으로 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인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