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요 / 남해 / 로컬크리에이터

치요
발행일 2023-12-24 조회수 197
로컬 사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로컬에서 ‘관계를 기반으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 지역의 산물을 기획하고, 기록하고, 상품을 만드는 사람 경상남도
 
자기 소개

 안녕하세요, 남해에서 청년단체 <살ER>의 매니저를 맡고 있고, 내년부터 로컬 굿즈를 만들며 살아가고 싶은 치요(위금실)입니다.
저는 2021년에 살ER에서 운영하는 한달살기 프로그램으로 남해군을 처음 방문했고, 22년에 살ER와 잠시 일을 하기 위해 다시 남해를 방문했다가 23년에 전입해서 남해군민이 되었습니다.
  닉네임은 2009년 서울의 '하자센터'에서 인큐베이팅 했던 사회적 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이라는 곳에 입사했을 당시에 만들어서 쭉- 쓰다가, 문화예술 분야에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이름으로 활동하자! 했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을 보니 이 판을 떠날 수 없나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살ER https://www.instagram.com/saler0594
- 윈드씨(WIND SEE) https://www.instagram.com/wind.seeeee

지역활동 소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시골에 살고 있으면 일찍 일어날 것 같지만.. 도시에서 살던 때보다 늦잠을 많이 자고, 새벽까지 깨어있습니다. 여긴 별이 아주 많이, 깨끗하게 보여서 새벽에 일하다 종종 나가서 별을 보고 와요. 저는 면단위에 살고 있어서, 남해읍까지 가는 데 3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읍에서 해결해야되는 일은 몰아서 가고요. 동네 어르신들이 철에 따라 주시는 식재료로 식탁을 채우며 먹고 삽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전에 게스트하우스였던 터라 넓은 테이블이 있어서, 친구들을 보통 집으로 초대해서 보드게임을 하고 놀아요.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살ER는 남해군의 공모사업으로 메인 프로그램인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4-5월에는 사업 신청을 하고, 6월부터 10월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매니저인 저도 그 일정대로 일하고 있고, 올해는 같은 일정으로 '지역청년으로 살아가기' 사업을 개인적으로 진행해서 아주 바쁜 해를 보냈네요. 이렇게 활동하다보면 행정의 여러 과에서 일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보통 11월-12월에 많이 들어와요. 그래서 연말까지 아주 바쁩니다. <남해군 청년 네트워크> 활동도 연말에 마무리하게 되니 4-12월까지 거의 일만 하고 있습니다.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21년도에 살ER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연이어 경남 거제시로 반 년간 일을 하러 가게 됐는데 같은 경남권에 있다보니 연락을 주고 받게 됐어요. 제가 하는 프로그램에 팀장이 와주기도 했고요. 그러다 22년도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그때부터 쭉 남해에 있게 됐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구직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지역으로 내려오자마자 일거리가 생겼다는 게 참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물론 제가 서울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재밌어보여서 단기로 일했던 경험들로 지금까지 먹고 살고 있습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WIND SEE'의 모티브이기도 한 '바람'이 부는 순간입니다. 바람은 계절의 냄새, 어떤 순간, 소리 같은 걸 만들어 내잖아요. 그것을 직접 보고 느끼는 순간에 내가 지역에 살고 있고 이곳은 정말 평화롭구나, 하고 느끼며 좋아합니다. 자연을 모티브로 뭔가 계속 만들고 싶어져요.

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서울에서 계약직 축제, 행사 스탭을 몇 번 했었어요. 행사라는 게 사람들이 많고 뛰어다니고 하다보니 그게 살아있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일 준비하면서 밤샘 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그쪽으로 계속 구직하다가, 나이는 팀장급인데 스탭으로 자꾸 지원하니 채용이 되지 않았어요. 팀장을 달기에는 경력이나 능력이 많이 부족했고요. 이런 경험을 남해에 왔을 때 이야기하게 됐는데, 이걸로 먼저 '살ER'에서 일 해보자는 제안이 왔죠. 2021년 당시에 '살ER'는 '2022 문화가 있는 날' 공모사업의 일부를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걸로 남해에서 행사를 처음 기획, 운영하게 됐고, 캠핑 컨셉으로 총 2회 운영했는데 그 행사를 본 행정에서 연락이 와서 플리마켓 행사를 운영하게 됐어요. 남해에서 지금껏 볼 수 없던 느낌이었다고 해서, 제 능력을 인정 받은 것 같아서 기뻤죠. 올해도 같은 행사를 또 진행하게 돼서 좋았어요. 하지만 참가자와 운영 인력을 구하는 일은 정말 어려워요. 또 그 관계들 속에서, 서로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제일 어렵고요. 남해는 사람이 적고 다 연결되어 있어서 한 번 삐끗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거든요.

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임*해'라고 내년에 남해에서 제과점을 오픈 하는 친구입니다.  그는 귀촌 3년 차, 저는 2년 차. 둘 다 남해 남자랑 결혼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시댁과 가까이 살고. 나이도 1살 차이나고. 비슷한 구석이 많았죠. 또래라서 서로 관심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23년도 초에 남해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준비할 때 교류가 많아졌고 서로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역량이 어디까지인지 알게 됐어요. 그렇게 '살ER'의 올해 프로그램에 강사로 모시게 되었고, 지금도 단톡방에서 매일 이야기를 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친구 만드는 걸 좀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그게 됐어요!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사람은 정말 많아요. 올 초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모인 '지역 청년'들이 '동료'가 되었고, 사업 탈락 후에는 '친구'가 되었거든요. '~님'으로 부르던 사이가 이제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친구들끼리 함께 대마도 여행을 갔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8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바쁜 와중에 모여 국내도 아니고 해외를 갔다 온 거죠. '이게 기억에 가장 남는 활동이라고?' 라고 보실 수도 있는데, 지역에서 활동하면 다들 뭔가 의미있는 활동을 해야할 것 같잖아요. 사명감 같은 것도 좀 있어야할 것 같고. 하지만 지역에서 친구들을 사귄 것, 마음이 맞아 갑자기 큰 여행을 떠난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 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저도 알고 싶어요! 남해에서 활동하는 동안 비활동기간을 제대로 누린(?) 적이 없었어요. 공모 사업 준비 하느라 동료들과 너무 바빠서 충전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계속 새로운 도전과 시작하는 시간만 준비했던 것 같아요.

지역의 변화와 위기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아무래도 인구소멸이 제일 큰 화두가 아닐까 합니다. 남해군에서 아이를 낳아도 함께 커 갈 친구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는 이 지역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고 살아갈 텐데, 이 지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괜찮을까? 하는 아무래도 다음 세대에 대한 걱정이 좀 큽니다. 청년 관련 정책도 많이 줄어 들어 혹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혼자 일구어 나가야하고요.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구소멸지역에서 살아남는 이야기 같은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데 뭔가 대단한 활동으로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고, 소소하게 뭔가 꾸준히 만드는 거죠. 요즘 유행하는 소품 같은 것에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어떤 형태로든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서 내가, 우리가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제일 보여주고 싶습니다.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개인적으로 수도권에서 여러 경험을 한 20대들이 30대가 되어 지역에 정착했으면 합니다. 20대는 많이 보고 느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30대에 지역에서 살아가는 거죠. 그때라면 정착할 마음도 진지하게 가질 수 있게 되거든요. 내년부터 '살아보기' 공모 사업은 아마 사라질 거라 '살ER'가 행정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시행해볼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아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게스트하우스니까, 남는 방을 이용해 30대들을 모아 2박 3일이나 4박 5일 체류형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약간의 남해 여행과 제가 살고 있는 '대지포 마을'과 관계를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면 좋겠고. '살ER'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단체라서 우리가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외부로 보여주는 작업도 할 겁니다. 그래야 협업도 들어오게 되지 않을까..!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아직 고흥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요, 역시 '유자'가 떠오르네요.
남해군도 특산품이 '유자'라서, 둘의 차이점이 있는지 알고 싶어졌어요!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전남지역의 분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와 다른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먼저 경청하고 싶습니다.

Comment (1)

남해에서 청년 활동을 하고 계시는군요! 인스타 구경했는데 너무 귀여워요 :)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