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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짓
발행일 2024.01.03. 조회수 262
고흥 로컬 사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바다/산/강을 사랑하는 사람

자기 소개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이름, 소속, 지역, 닉네임, SNS 등 관련 정보 링크 를 알려주시면 연결에 도움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짐짓(김주열)입니다. 고흥군 문화도시센터에서 밥벌이 하고 있습니다.
태어나 청소년기까지 자란 곳은 충남이고 삶의 절반 이상을 서울(수도권)에서 보냈는데, 아무런 인연도 연결고리도 없는 고흥에서 만으로 2년째 살고 있습니다.
닉네임으로 '짐짓'을 쓴 이유는, 짐짓의 뜻이  '속마음이나 본뜻은 그렇지 않으나 일부러 그렇게' 이듯, 지금의 생활도 제 속마음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할 수 없을 거 같아서 입니다.
끝까지 쓰고 다시 보니, 써내려간 글들이 흡사 고해성사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짐짓'은 참 적당하네요.

지역활동 소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냅니다. 간혹 바쁠 때는 주말도 휴일도 없고, 그렇지 않은 때는 주로 혼자서 돌아다닙니다.
고흥에서는 아직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 할 사람이 없네요. 다행이라면 고흥 살이 이전부터 혼자서 여행/등산을 다니는 삶이 익숙해서, 크게 외롭거나 심심하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고흥과 순천/보성 등의 고흥 주면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특이하다면, 서울에 지인이 많지만 생각보다 잘 가지 않네요. 최근에 간 것도 5개월이 넘었네요.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그냥 직장인 라이프 사이클 입니다. 9시에 출근 6시 퇴근이 기본이지만, 상황에 따라 심심찮게 야근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공휴일을 제외하고 올해 휴가를 하루도 쓰지 못했네요.ㅎㅎㅎ
조직의 대표라는 어울리지 않은 감투를 써서 그런지, 직업인으로서 지역 라이프는 일이 우선 순위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멍에를 함께하는 친구들에게는 씌우지 않으려 하고 있으나... 모르겠네요. 당사자들은 어찌 생각할지 ㅎㅎ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처음 고흥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문화도시'를 총괄해서 준비해보자는 제안 때문입니다. 물론 여러번 고사를 했지만 결국 이렇게 고흥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사의 이유가 여러가지이듯, 시작의 동기도 여러가지 입니다. 그중의 하나는 마침 그 무렵 백수였었고(더 놀고 싶었지만...), 무엇보다도 생활을 전환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고흥 살이 직전 몇 해 전, 3년 동안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심신이 폐허였고 황폐했습니다. 쉬고 싶어서 직장도 그만두었었구요. 이런 저의 상황을 지켜보며 공감하고 지지해줬던 지인 몇몇이 그 무렵 고흥의 일을 얘기했습니다.
또 태생이 지방이라서 지역에서의 삶에 대해 딱히 두려움(?)이랄까, 이질감(?)이랄까... 이런 것이 없던 것도 이유가 될 거 같네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영감을 준다기 보다 편안한 공간과 그곳에서 장면은 있습니다. 고흥이 반도 지형이라서, 웬만한 산에 올라도 바다가 보입니다. 특히 거금도 적대봉에 오르면 (섬이니까 당연히) 사방이 바다여서, 정상에서 바다와 섬을 보며 한참을 멍때립니다. 최백호의 '바다 끝'이라는 노래를 반복해서 듣기도 하구요. 그 아스라하고 아득한 풍경을 보고 있을 때가 가장 평온하고 잔잔합니다.

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아무래도 일이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지역 살이를 시작했고 지금도 살고 있어서, 성취/좌절/성장의 경험도 일에 수렴되네요.
그래도 성취와 성장이라는 긍정적 측면이라면, 지역에 대해 오롯이 집중하고 찾아다니고 천착한 적이 고흥 이전에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이렇게 계속 탐구한 적은 없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부랑자나 뜨네기 같은 마음이 더 컸으니까요.
그리고 좌절은 대부분 일에서 오는 것들인데, 제 위치가 그것들을 감내해야하는 자리니까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ㅎㅎㅎ
그렇지만 좌절까지는 아니고 아쉬운 점은, 좋아하는 농구를 한번도 못했다는 점(할 사람이 없어요 ㅠㅜ),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힘들다는 점, 무엇보다 시를 많이 못 읽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2023년에는 시집 한권 제대로 읽지 못했네요.

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 외에는 딱히 없네요. 이 황량한 삶이라니...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딱 '이거다'라고 할 만한 장면은 없지만, 일을 하며 결과물이 잘 나오고 그것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성장한 것을 느꼈던 몇몇 순간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적어도 '내 활동과 생활이 구라는 아니었구나..'라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겨울도 일은 계속 됩니다.ㅎㅎㅠㅜ
다만 그동안 미뤄뒀던 산에 다니며, 아무도 없는 바다를 보며 멍때리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역의 변화와 위기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위기는 이미 와 있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대개 그것의 요인을 인구(수)에서만 찾는 것이 위험을 키우고 있구요.
인구만 늘어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인구는 늘어나기도 힘들고 그렇다해도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을 텐데 말이죠.
인구로만 한정한다해도, 소멸과 축소를 인정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확대 지향(전제)의 막연한 장미빛 미래 말고 소멸하는 현실을 목도하며, 사라지는 것들도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수수방관하는 목격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멸하는 것들의 역할과 흔적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꿈'이라는 말을 참 오랜만에 들어보고 생각해봅니다. 언제부터인가 꿈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던 거 같네요.
다시 꿈이라는 것을 꿀 수 있는 시절이 되는 것.
이것이 제 꿈입니다. 비단 지역이라는 조건이 붙지 않아도...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로컬도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것이 너무 빠르고 인위적이라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사람이 새들이 구멍가게가 갯벌이 들길이 음식이 말(言)들이... 사라지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뭔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체적 활동이나 협업은 아직...ㅎㅎ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조용하다. 적막하다. 적요롭다. 아득하다.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로컬에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로컬 크리에이티브 같은 거창한 포장 말고, 기존 로컬의 방식으로 로컬에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로컬에서 뭔가를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로컬 자체가 좋아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모습은 뭔가 특별한 것(마음가짐, 능력, 재력(?), 네트워크...)이 있는 사람들만 로컬에 사는 것 같은, 살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말 그대로 지극히 평범한(비록 의욕도 능력도 재력도... 없어도) 사람, 청년은 로컬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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