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장흥/시골한량

두릅
발행일 2023-12-26 조회수 145

자기 소개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이름, 소속, 지역, 닉네임, SNS 등 관련 정보 링크 를 알려주시면 연결에 도움이 됩니다.)
 
(답변) 배태호(두릅). 문화예술기획사 '에멜무지로' 소속. 전라남도 장흥군 거주. 인스타 @bae.teo


지역활동 소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답변) 하루에 두번 반려견과 산책하는 것이 가장 정기적인 루틴입니다. 나머지 시간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건강한 생활을 위해 가급적 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선호합니다.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답변)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이 있을 때에는 한꺼번에 몰리고 없을 땐 한없이 한가합니다. 마감이 닥치거나 행사가 코 앞일때는 평일 주말 안가리고 야근을 하게 되고, 일이 없을 땐 한량처럼 지냅니다. 장기간 일이 없을 때에는 다른 직업을 일시적으로 갖거나, 알바를 뛰기도 합니다.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답변) 귀촌해서 살고 있지만 가끔은 문화생활이 필요했습니다. 정착 초기에는 서울로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여러번 왔다갔다 하기도 했었습니다. 점차 멀리 문화생활을 다니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실에서 파티를 열어본다거나,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기획을 시작해보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답변) 저의 성장 환경이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하동이라는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점차 도시로 유학을 떠나면서 삶의 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면서 꿈이 바뀌기도 하고, 해보지 않았던 생각들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생활환경이 꿈의 크기를 제약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나의 성장 경험에도 이입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꿈의 크기가 제약되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문화기획에 임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답변) 지역살이를 하면서 잔재주가 늘었습니다. 직접 공구를 다루어 필요한 것을 만들거나, 집을 수리하거나, 혹은 전기배선, 수도 배관, 하수처리 등의 생활 상식들이 늘었습니다. 전문분야 말고는 다른 일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해결이 안되던 도시에서의 삶과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상식이 지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도 경험합니다. 마을 내의 권력구조와 이에 따른 비리의 발생 등을 목격하였습니다. 이장을 선거를 통해 뽑자고 주장하며 이장 선거에 입후보했다가 마을에서 왕따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답변) 아랫집 어르신을 소개합니다. 가끔 집으로 초대해서 삼겹살에 소주 기울이자고 하시는 부모님 벌 되는 어르신입니다. 마을에 잡다한 일은 모두 도맡아 하는 부지런한 어른이기도 하시죠. 우리가 이사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마당에 묶인 개를 여름마다 잡아 드시곤 하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사온 이후로는 더 이상 드시지 않습니다. 요즘은 가끔 산책도 시켜주시는 모습을 목격하곤 합니다.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답변) 작년말 마을 이장선거 출마 사건 이후, 마을에서 가장 힘없는 어르신이 저를 특별히 챙기십니다. 이장선거제도 도입은 실패했지만 아주 작은 변화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옆마을 어르신도 그 때의 일을 안주삼아 종종 이야기를 꺼내곤 하십니다.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답변) 집 보일러가 고장나서 겨울은 등유난로로 생활합니다. 거실에 난로를 피워두고 그 위에 오뎅탕을 끓여 먹으며 몸을 녹이는 것이 겨울을 나는 비결입니다.


지역의 변화와 위기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답변) 지역살이(지역균형발전)는 국가나 사회측면에서 긍정적 요소가 많은 것 같다 판단합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사회경제 인프라는 여러 불편과 비효율을 낳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교통이 대표적입니다.) 지역살이를 꿈꾸는 사람의 수도 계속 늘고 있다고 느낍니다. 다만, 이러한 일이 현실이 되기 위한 큰 장벽이 있습니다. 마치 대기업에 근무하던 사람이 퇴직 후 중소기업으로 이직했을 때 느끼는 사회제도적 계급 추락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지역살이가 힘든것은 경제적인 측면이라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단순 급여나 사회인프라가 아닌, 근무환경, 계급, 인간존중과 같은 가치들이 소외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골과 같은 '좁은사회'에서는 종종 나타날 위험성이 있긴 하겠지만, 정치의 부패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입니다. 기회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관계는 수직적으로 형성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지역이 문화적으로 선도하는 혹은 독특한 고유의 색을 가지는 것을 꿈꿉니다. 독일의 부퍼탈과 같은 매력적인 소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을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예술성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예술기획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당장은 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할지라도 긴 호흡으로 보면 이 방향이 옳다 생각합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20년의 역사는 이 가능성을 실험했고,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답변) 지역의 예술사업은 생활문화예술인으로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같이 그림을 그리는 워크숍이 자주 열립니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시민을 준예술가로 바꾸는 노력을 줄이고, 시민이 좋은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좋은 진입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워크숍은 '따라하기'나 '직접 체험하기'가 아니라, 좋은 작가와 만나고, 좋은 전시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이러한 활동이 매우 드뭅니다. (공모사업의 선정을 결정하는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별개입니다.)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답변) 고흥은 바다가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해변이 자연그대로 보존된 거의 유일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닷가 근처에 마을이 없고, 상업시설도 들어서지 않았죠. 그래서 고흥 어디 바닷가 근처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다른 어떤 지역도 이렇게 고요한 바다 환경을 가진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자니 아직은 조금 외로울 것 같았습니다. 고흥살이는 좀 더 노후로 미뤄두고 지금은 좀 더 다녀볼 때인 것 같습니다.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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