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나/대구/지역문화연구-기획, 도시야생, 아카이빙, 업사이클링밴드

anan
발행일 2023-12-26 조회수 176
로컬의 사회문제해결에 관심있는 사람 친구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사람 지역에서 동물과 함께 살기위해 노력하는 사람 대구광역시

자기 소개
안녕하세요?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HOOLA'의 디렉터(혹은 딕테이터...) 안진나입니다.
주 서식지는 대구 북성로이고, 연결되는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훌라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wwwhoola
훌라 유튜브  https://www.youtube.com/@HOOLAworld
게으른 개인 인스타 http://www.instagram.com/rageyen
 

지역활동 소개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 대구는 큰 도시지만, 변화에 보수적이어서 매력적인 도시였어요. 지금은 크레인 도시(재개발) 같지만요. 여튼, 그런 느리고 더딘 것들 속에 오래된 것들, 버려진 것, 숨겨진 것, 잊혀져가는 것, 사라져가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보니 그런 곳들을 걷고 탐사하고 기록하고 친구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는 걸 좋아해요. 집도 오래된 70년대 아파트에 살고, 길고양이 세 명과 집을 공유하고요. 그렇지만 도시의 인프라도 즐겨요. 아침엔 꼭 커피를 마시는데, 매일 갈등합니다. 잠을 깨우는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를 수혈할 것인가, 동네에 좋아하는 카페의 핸드드립을 음미할 것인가. 이런 종류의 고민과 선택들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  직업인 안진나와 생활인 안진나가 크게 다르진 않은 거 같은데요, 저는 일과 일상이 거의 같거든요. 제가 경험한 일상이나 생각을 공유하는 게 제 일인 거 같아요. 다만 내성적이고 감정적인 생활인 모드와 전투적(?)이고 판단력이 빠른 직업인으로서의 차이가 있달까요. 그리고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팀워크이다보니 나만의 방식이 아닌, 동료들과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놀이적으로 풀어내는 사이클을 계속 실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북성로라는 지역에서 활동한지 14년차에 접어드는데, 지금까지도 지역연구-아카이빙에서부터 문화기획(축제, 행사), 콘텐츠(영상, 사진, 책, 음악)제작, 지역거점공간운영, 업사이클링밴드활동, 기타 알 수 없는 활동 등 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N가지 버전을 업사이클링해가고 있는 거 같아요.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을까요...? ㅎㅎ 여러 계기가 작용한 거 같은데, 인류학을 전공하고 현지조사나 참여관찰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와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던 것,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지역에서 만난 것, 지역을 걷고 느끼는 법을 가르쳐준 선배 등이 함께 작용한 거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장소, 사람, 그리고 기억이 있는 곳을 굳이 떠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 도시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과 아우라, 틈새, 경계지대와 변방성을 띄는 모든 것들(오래된 것, 숨겨진 것, 버려진 것, 사라져가는 것, 소외된 것 등)




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 지역이라서 어떤 한계가 있다, 라는 생각은 없습니다. 내 몸이 가장 작은 장소이자 지역이고, 우리는 외골격이 아닌 내골격의 존재이기에. 나 자신과 나와 관계된 누군가, 사회, 세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해온 거 같습니다. 저의 확장으로서 의북성로와 대구라는 지역, 이곳의 시간이 자신의 속도가 아닌 방식으로 5천평 정도 철거됐던 때가 지금 떠 오르는 가장 상실감을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마침 그때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였는데, 지역이나 도시의 문제를 보다 깊고 넓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주기를 좁혀 반복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과 짧은 사이클로 도시와 지구를 소비하고 있는 우리의 관성적 태도에 대해 연결해서 바라보고, 이에 돌아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되었든 일단 해 본다!고 마음을 다잡았었던 거 같아요. 지역, 동네에서 세계를 만나고 그 발견과 경험을 또 다른 레이어와 연결하는 문화적 상상력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 훌라 멤버들(김효선, 문찬미, 나제현, 문종민, 이영민, 변성환)인데요... 지역의 기술장인들, 예술가들, 활동가들이 있지만, 한 명을 꼽기란....
  현재 가장 교류하는 훌라 외 사람은 윤규홍 아트디렉터입니다. 대학 때 만난 스승님이고, 글을 가르쳐준(?) 분이고, 멋쟁이시지요.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 올해 정말 힘겹고 즐겁고 굉장한 한 해를 보냈는데요. 
11월에 대구시 유네스코창의음악도시 팀과 교류하면서 국제컨퍼런스 개막 공연에 서면서 동시에 북성로유람단을 기획해서 진행했었어요. 2020년도에 대구의 오리지널리티와 유니크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북성로 일대의 건축, 기술생태계가 지켜질 수 있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면서 '유네스코 등재' 의제를 내고 추진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3년이 지나,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기술X예술 퍼포먼스와 문화예술아카이브를 재해석한 청년예술가들의 창작공연 등을 전세계 유네스코창의도시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이슈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나 기쁘게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이후의 다양한 해외연계 활동을 추진하게 될 거 같아요. 
버티고 계속해나가면서, 또 다른 길이 만들어지는 걸 느낀 거 같아요. ^^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 왠만하면 연락이 닿지 않는 곳으로 2주 떠납니다. 하지만... 대표의 운명은.... 겨울에도 일이 생기면 해야됩니다...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은 함께이기에, 요새는 아주 바쁜 시기 외에는 운동과 한약으로 몸을 보존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좋은 노하우 있으면 알려주세요...


지역의 변화와 위기

: 100년 넘는 건축물들이 있던 5천평의 철거된 공간에 세워진 49층짜리 브랜드 아파트, 그리고 그곳을 채우고 있는 입주민들.. 그 분들과 산업공구거리인 북성로를 잘 연결하고, 서로 이해하고 지역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 지금은 부정적인 시각보단 긍정하며 방법론적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성로 주변, 대구 시내 전역, 그리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짧은 수명이 예견된 개발들이 지속되고 있는 점... 이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같이 위기로 인식하고 방향을 틀어야 할텐데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훌라 사옥을 갖고 싶다! 입니다. ㅎㅎ 
그리고 내가 태어난 도시, 내가 기억하는 도시, 내가 사랑한 도시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 모든 도시가 단일한 환상, 누군가가 주입한 환상에서 벗어나, 각자의 환상을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갈 수 있음 멋질 거 같아요. 그래서 '환상도시유람단'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고요, 이건 대구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협업을 통해 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환상시골유람단'도 좋구요. 저는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 상주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나중에 다시 대구로 돌아와 지금껏 살고 있는데요, 여러겹의 레이어를 입체적으로 감각하고, 주파수를 바꿔 또 다른 씬을 인지하고, 인간 뿐 아니라 다양한 종이 공존하는 기쁨을 추구하는 생태감수성 등은 어느 한 곳에서만 만들어지기보다 여러곳을 경유하고 기존문법을 비판적으로 보는데서 시작되는 거더라고요. 이런 지역 너머 지역 무브먼트를 협업이나 어떤 형태로든 함께 해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요. ^^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 일단, 저는 지역을 친구나 사람으로 기억하는 편인데.. ㅎㅎ 고흥하면 '보파', 그리고 일육팔의 '전민제' 님이 먼저 떠오르구요.

소록도가 떠 오릅니다.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 각자가 기억하고 있고, 계속 기억하고 싶은 지역의 장소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저는 낯가림이 심해서요... 쭈뼛거리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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