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디 / 홍성 / 농업

노디
발행일 2024.01.02. 조회수 170
지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가 충청남도 흙과 씨앗을 통해 산물을 만드는 사람 지역의 산물을 기획하고, 기록하고, 상품을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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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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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충남 홍성에서 다양한 채소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며, 농업에 기반한 다양한 일을 겸업(?)하고 있는 채소생활의 이윤선이라고 합니다.
INSTAGRAM: @VEGELAB 채소가 가진 매력과 신비, 재미와 의미, 맛과 멋에 대한 탐구


지역활동 소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답변) 아무래도 농업을 기반으로 일을 하다보니, 계절마다 일과 시작 시간이 조금씩 달라요. 지금은 잠이 많아져서 여름의 이른 아침 일과 시작은 어렵지만, 초기에는 새벽 4-5시부터 일과를 시작했던 때도 있었고, 지금은 주로 6-7시에 농장에서 일을 시작하고요. 겨울에는 아주 추운 날에는 10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날도 있습니다. 물론, 여름에는 6-7시에 시작해 9-10시면 일을 정리하고 휴식시간을 가지고 3-4시부터 다시 농작업을 시작해요. 그 사이 시간에는 필요한 데이터 정리나 학습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처리해야하는 업무들을 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겨울은 늦은 시간에 시작하는 대신, 오후 5시까지 쭈욱 농작업을 할 수 있어요. 물론, 지금까지 시설하우스에서 생산하기에 이런 사이클을 가졌고, 작년부터 노지에 재배를 시작했고 올해는 노지재배를 본격적으로 해보려해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사이클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또, 지금까지는 농업과 농업에 기반한 다양한 일들을 겸했다면 올해는 농업에 집중해보고자 해서 또 다른 사이클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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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답변)년차마다 달랐던 것 같은데요. 초기에는 지역 단체 활동도 했었어요. 지역의 유휴지였던 공간을 임대해서 당시 저에게는 큰 돈을 들여 공간을 만들고
이것 저것 운영을 해보았어요. 공간을 만들고나서는 지역 단체의 제안으로 지역 실무자 점심밥상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의 점심을 혼자 준비 했었는데, 마을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때라 지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했지만 정말 고되고 긴 한달의 시간이었어요. 지나고보면, 일이나 삶에 있어서 엄청난 깨달음을 준 것 같아요. 농촌에 내려와 2-3년 간의 경험은 그 당시의 저에게 "왜 내가 하는 일마다 결과가 이렇고, 힘들지?"라는 메세지를 보내었던 거 같아요. 20대 중후반, 사회 초년생이 느끼는 초기의 감정이라 생각하는데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난 지금은, 그 경험들이 쌓여서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3-4년 정도 지역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농업과 음식'을 주제로 방과후 수업을 하기도 했었어요. 지역에서의 생활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볼 수 있는 경험을 저에게 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작년(2023년)에는 홍성군 청년마을사업 팀원으로 활동해서 농업을 주제로 다양한 타지 분들께 지역을 소개하는 활동들도 했었습니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아무런 연고도 지식도 없이 오게 되었는데, 제가 발견한 농업, 농촌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채소생활'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한 지 7년이 되었어요. 저에게는 채소 생산 판매가 아닌 그 이상의 것들을 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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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답변) 저는 디자인학교를 나왔는데 마지막 학기에 제가 하고 싶어하는 작업을 하는 연출가 분과 함께 극을 만드는 일을 했었어요. 나름 굉장히 긴 호흡으로 극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제가 그 연출가 분처럼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 일을 나는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이 들었던 거 같아요. 다른 일을 하자니, 딱히 무슨 일을 해야될 지도 모르겠고, 어렵게 다닌 학교를 졸업하고, 이 일과 다른 일을 한다는 것도 그 당시에는 부끄러웠어요.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생에게 빌붙어 지내면서  한인식당에서 일을 하든, 조형예술학교를 다니든 해야겠다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졸업 후에 독일에 가려고 했었어요. 그 때 우연히 충남 홍성의 작은 농장, 지금 함께 일하고 계신 선생님 농장에 방문하게 되었어요.
음식에 관심이 많았고,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공간팀으로 일을 하기도 해서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는데 농장에서 본 당근이 제가 아는 당근이 아니여서 충격을 받았어요. 마르쉐에서 본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는 당근은 여전히 마트에 잎잘린 제색을 잃은 당근이었는데 농장에서 본 당근은 너무나 아름다운 주황색을 가졌고, 초록 빛의 잎의 색을 설명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지금까지 내가 먹어왔던 것들을 나는 알고 먹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누군가 머리를 망치로 세게 내려친 것 같았어요. 그리고 문득,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지으면 내 인생이 드디어 가치있게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내가 만드는 것들이 누군가가 알아주기 전까지 쓰레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만든 오브제들이 서랍 속에 또는 창고 어딘 가에 방치되어 있다가 이삿 날이 되면 고민 끝에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이 일을 통해 돈을 벌며 직업인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거든요. 그만큼 이 일을 사랑하는 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졌던 거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농업을 만나니 농업은 굉장히 가치있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모든 사람들은 먹지 않으면 죽으니,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일이 농사이니까요. 그렇게 무작정, 짐을 싸서 홍성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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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답변) 농장 밭에서 막 뽑은 당근에 홀려서 무작정 짐을 싸서 홍성에 내려왔지만, 그 여운이 그리 길게 가진 못했어요. 농업도 몸을 쓰는 일인데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몸으로 새벽에 일어나 종일 몸을 쓰는 일을 하자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치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내가 만든 오브제들이 누군가 알아주기 전까지 아무런 가치가 없게 느껴지듯이, 농사 역시도 아무리 잘 길러내도 이 작물을 사주는 이가 없으면, 결국 자기만족에 그치는 것은 똑같더라고요. 
첫해에는 판로가 없어서 열심히 기른 작물을 버리기도 많이 했었어요. 그렇게 여름이 되면서, 서서히 지친 몸이 최고조에 달했어요. 너무 지친 채로 집에 돌아오면 입맛도 없어서 밥도 잘 걸렀어요. 그 해 여름에 찰옥수수를 길렀는데, 옥수수를 정말 좋아해서 갓딴 옥수수를 찌고, 판로가 없어 잔뜩 수확한 토마토가 초파리가 생기기 시작해 울며겨자먹기로 지친 몸을 다독여 토마토소스를 만들어서 파스타를 해먹었어요.
옥수수는 수확과 동시에 당분이 전분질로 변해서, 제가 먹은 옥수수는 제가 이제껏 먹어 본 옥수수 중에 제일 맛있을 수 밖에 없었고, 토마토 파스타는 방울토마토 당도가 높아서 제가 좋아하는 맛의 파스타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내년 여름까지 기다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니 농촌에서의 시간이 항상 여름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이 옥수수와 파스타를 먹었던 장소는 지금 새롭게 농사를 짓고 있는 노지 언덕의 맞은편, 5년간 채소생활의 사무실이었던 공간인데요. 사무실 건너편 노지 밭의 언덕을 바라보고 있으면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 여름, 옥수수와 파스타를 먹었던 그 순간에 창문 밖으로 언덕 사이로 노랗게 물든 노을이 사무실 안을 비추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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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답변) 5년간 채소생활의 사무실로 썼던 공간은 저의 모든 좌절의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내려와서 농사를 지으니 생산되는 비품들로 요리를 하면 되겠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농장과 부엌. 부엌을 만들면 되겠다해서 40평 정도 되는 공간에 부엌 시설을 만들었어요. 막상, 음식 장사를 하자니 음식장사에 걸맞는 공간이여야 허가를 받을 수 있고,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하는 것도, 사람을 응대해야하는 서비스 업이라는 것도 모든 게 다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파스타 집을 한다더라, 카페를 한다더라 무성한 소문 속에 아무런 시작도 못하고 공간을 만든 채로 채소 포장을 하는 장소로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생계를 유지할 돈도 부족했는데, 공간을 운영해야하는 유지비를 감당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어요. 관련 정부 지원사업을 받자니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저로써는 누군가 앞에 서서 말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두려웠어요.
계속 되는 난관 속에서 저는 저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과 시간이 점점 커져갔던 것 같아요. 더이상 나를 궁지를 몰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나마 제가 도전해 볼 수 있는 정부 지원 사업들에 지원해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원 사업이 저에게 준 좋은 경험은 내가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보니 할 수 있네라는 경험을 준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누군가의 앞에서 말을 해야하는 자리는 쉽지 않지만 6-7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정말 다른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난관이 없었다면, 이렇게 극적으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나올 수 없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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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답변)아무래도 같이 일하고 계신 저희 회사 이사님일 것 같아요. 전 초등학교 교사셨고, 15년 정도 농사를 짓고 계신데, 성격과 성향이 무언가를 연구하고 탐구하시는 성격이라 생산을 위한 작물 재배보다는 연구를 위한 작물 재배에 가까운 농사를 지어오셨어요. 7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제가 이렇게 바뀌는 데는 이사님 영향이 엄청 컸어요. 7년 전의 저는 이사님이 어떤 일을 지시하면, "저는 ~한 성격이라서 하지 못해요"라고 말하면, 이사님은 "너는 ~하기 때문에 할 수 있어"라고 계속 말하셨었거든요. 저는 저의 한계를 계속 정해두고, 저 자신에게 계속 할 수 없음을 세뇌시켰다면, 이사님은 저에게 계속 '할 수 있다'를 세뇌시켜 주셨어요. 그리고 이사님 말씀처럼, 정말로 그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저는 각자의 기질과 성향이 있고, 그 기질과 성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나 일이 있는 것은 맞지만, 노력이나 시간을 들이면 못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답변)저는 2023년에 지역에서 제 또래의 청년그룹들과 청년마을사업을 함께 했었어요. 아무래도, 그 팀원들이 기억에 제일 많이 남아요. 청년마을사업을 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또 개인적으로 저의 상황과 일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2023년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다같이 만나서,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희는 다 같이 같은 체육관을 다니는데, 다같이 운동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에요.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답변) 겨울은 농촌에서 정말 비축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새로운 해를 위해 나를 충전하는 시간. 주로 이 시기를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읽거나 학습하는 시간, 다음 해 농사 준비를 위해 몰입해야하는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지역의 변화와 위기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답변) 홍성은 지역에 기반한 정부사업이나 교통권 인프라 형성 등의 좋은 일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어서 위기나 위험요인은 아니지만, 큰 사업들이 들어와서 많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잠시 북적하다가 몇 년 뒤에는 많은 곳들이 유휴지가 되는 현상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홍성군은 유기농업특구인데, 지금도 충분히 의미있는 지도자들이 많이 있고 유기농업에 있어 인적자원이 풍부한 곳이지만, 
채소생활이 농업적으로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답변) 각 로컬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문화적 인프라가 생기면 좋겠어요.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답변) 고흥하면 유자... 저는 사실 고흥에 가본 적이 없는데 상상만으로는 겨울에 춥지 않으면서 깨끗한 눈이 소복히 쌓여 있고 갈대가 살랑살랑,
앙상한 겨울 나무지만 노란 유자가 달려 있을 것 같은.... 곳이에요.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답변) 컨퍼런스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 지 너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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