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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
발행일 2023-12-26 조회수 233
로컬의 사회문제해결에 관심있는 사람 로컬 사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친구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사람 충청북도 지역의 산물을 기획하고, 기록하고, 상품을 만드는 사람

자기 소개

충북 옥천에 살고 있는 박누리(누리)입니다. 현재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이라는 사회적기업에서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과 사진으로 지역과 사람, 공동체를 기록하며 이를 바탕으로 소소한 문화 기획 활동도 함께 합니다. 지역에 살면서 만나게 된/알게 된 문제를 해결해가는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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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동 소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회사 출근일이나 특별한 약속/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보통은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만, 최근에는 집에 머문 시간이 거의 없기도 하네요😢).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제 일상은 거의 대부분 업무 혹은 업무와 관련한 일로 인해 휴일에도 집을 비우는 때가 많아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이라고 소개할 만한 게 딱히 없는 상태이기도 합니다(눙물...). 다른 일이 없을 땐 집에서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동네 영화관, 도서관을 가기도 하고 근처 산/산책길을 거닐기도 합니다.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회사에 출근해 여러 업무를 기획/진행/운영하고요(잡지 제작과 관련한 업무 전반, 직접 취재를 하기도 하고, 문화 사업과 외주 작업들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현장 실무 업무도 많고요). 그때그때 지역에서 필요한 일/욕구를 문화기획 활동으로 연결해 풀어내기도 합니다. 여성영화제, 릴레이 인문학/페미니즘 강연, 여성주의 독서모임과 청년 네트워크, 길고양이 보호 캠페인, 생태공동체 활동(비건, 제로웨이스트 등),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등이 그 예입니다. '월간 옥이네'라는 지면을 통해 지역에 살면서/취재를 하면서 만난 이야기를 풀어내고, 지역의 문제를 지면 기사를 통해 담아내는 한편 지역 밖에서 이런 문제 의식을 펼쳐내고 해결방법을 고민/탐색하는 활동을 좋아합니다. 여력이 되는 한 이런 방향으로 제 일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저는 경북 구미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잘 되려면 서울 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성장했습니다. 이 말에 구체적인 반박을 하진 못했지만 막연한 의문/반감을 갖고 자랐어요.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가는 삶이 꼭 좋은 삶인가?' '모두가 지역을 떠난다면 지역은 어떻게 되는 걸까?' '지역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건가?' 같은 질문이 어린 마음 속을 내내 맴돌았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 대학 때 전공(언론정보학) 수업에서 지역신문/지역 언론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의 답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2010년 충북 옥천에 있는 주간신문사 '옥천신문'에 취재기자로 입사하며 지역에 살게 됐고, 그게 지금 활동의 시작이 됐습니다. 취재기자로 살면서 '농촌' '지역' 그리고 '삶'을 매순간 배웠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2018년엔 '옥천기록공동체'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지역의 삶/풍경을 아카이빙 하는 일까지 관심 영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신문을 만드는 일이 재밌고 보람 있었지만 신문의 이슈파이팅이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지면 밖에서의 활동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편집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옥천신문사 퇴사를 결심하게 됐고요. 그 무렵 현재 회사(고래실)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 2019년 자리를 옮겨 '월간 옥이네' 제작과 문화 기획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자로, 지역의 목격자로 만나온 지역사회를 '문화'로 재구성하며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현재까지 저를 이끌어 온 듯합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건 매우 많은데요. 사시사철 바뀌는 지역/농촌 풍경(특히 옥천의 밀밭 풍경을 좋아합니다. 초여름 밀밭에 가 있으면, 바람에 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꼭 파도소리 같아요)은 물론이고 골목에서 만나는 사람 사는 풍경, 제 일을 통해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과 활동 장면 모두 크고 작은 영감을 줍니다. 지금 생각나는 건, 취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사진을 사무실에서 정리할 때인데요. 모니터에 띄어진 그 얼굴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뭉클해질 때도 있고 웃음이 날 때도 있고... 제 마음을 다독이기도 하고 힘을 내기도 하는 장면입니다. 안남밀밭.jpg

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신문사에서 일하던 시절엔 크고 작은 기사로 무언가를 변화하게 했을 때(제도나 정책 같은 것들),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는 게 조금씩 느껴질 때... 큰 성취를 느꼈던 거 같아요. 지금 역시 제가 하는 일(기사든 문화기획이든)을 통해 지역사회를 조금이나마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나간다는 감각을 느끼게 될 때 성취를 경험합니다. 좌절은, '해도 해도 안 되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될 때인데요. 사실 이건 제가 몸 담고 있는 조직, 나와 가까운 지인/공동체 안에서 느끼게 될 때 좌절이 더 크게 와닿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이 저에게는 성장의 시간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위로하고 있습니다. 


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역 안에서 여러 사람과 두루 어울리고 교류했는데, 올해는 의식적으로 좀 멀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불가근 불가원'을 떠올리며 관계를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한 일들이 최근 몇몇 있었어서... 올해 너무 바빠지면서 만나기 어려워진 사람들도 있었고요. 일단, 옥천 안에서는 모두 다 비슷하게, 특정한 누군가와 더 많이 교류하거나 마음을 나누거나 하지는 않고요.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저와 비슷한 고민/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위로를 얻고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올해 저에게 필요한 관계는 이런 관계였던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지역 여성들을 드러내는 일을 하자'는 마음을 먹고 지난해와 올해 '시골언니 프로젝트(농림부 지원)' 라는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여기서 만난 여성들, 특히 토종씨앗을 지키는 지역 여성농민과 타국에서 옥천으로 시집와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이주여성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여성농민의 경우, 우리 농업농촌에서 없어서는 안 되지만 쉽게 지워지는 존재이기도 해서 이들을 수면 위로, 무대 위로 올리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어요. 이주여성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이런 활동을 통해서 당사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의 내리고 말할 수 있게 하는 연습/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고요. 지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모습이 또 다른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 믿으면서요.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사실 휴가 없이 지낸 지가 몇 년째라,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일단 시간이 나면 충분히 잡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계속 자요. 잠이 오지 않을 때까지 자야 합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있으면 주변 정리(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를 하고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고요. 또 여유가 있으면 영화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동네 산으로 가벼운 등산을 가거나 산책을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나면 다른 지역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거나 친구들을 만나고요. 2019년 신문사를 퇴사하고 지금 회사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딱 한 달의 시간이 저에게 있었는데, 그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거든요. 그렇게 일상에서 멀어져 온전한 나만의 시간 또는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충전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정작 저는 잘 못하지만...).


지역의 변화와 위기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흔히 행정/정치/주류 미디어에서는 '지역소멸'을 운운하는데, 사실 저는 이게 위험 요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지역이 어떻게 소멸하겠습니까? 그냥 지자체가 사라지는 거겠죠😂(물론 이것도 지역자치나 자급의 차원에서 보면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지역의 위기는... 다양성/특정 계층에 대한 집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국 지자체 정책이 주목하는 게 '청년'에 집중돼있다 보니 정작 그 외 다른 지역 주민의 삶은 다소 뒷전이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어느 특정 '00'만의 지역은 '00'에게도 좋지 않은 지역이라고 생각해서... 정책 방향이 전반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중돼있는 것은 여러 모로 우려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과 연결해 '다양성'의 차원에서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지역에서 선후배, 동료를 만나기/만들기 어렵다는 게 저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위기/위험 요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의 저는 이런 질문에 할 말이 참 많았는데...🥺. '글과 사진으로 지역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이 일을 잘 해내고 싶은 꿈이 있고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과 지역에 사는 즐거움, 매력, 가치와 의미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제가 사는 동네를 조금 더 즐겁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크고 작은 기획들을 해나가고 싶고요. 그런 활동들 속에서 저와 같은 꿈을 갖고 일을 만들어 가는 동료들을 많이 만나고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게 제 꿈입니다.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이렇게 전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기획자, 활동가들을 만나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활동, 협업을 탐색하고 만들 수 있겠죠? 우선 내년엔 몇몇 지역과 함께 '농촌여성영화제'를 꾸려보려고 하는데, 이런 소소한 기획부터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서로 많이 보여주고 공유하면 좋겠어요. 저와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제안해주셔도 좋습니다😊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유자와 나로우주센터...? '기후위기로 농산물 재배선이 계속 북상하는 중인데, 남쪽 지역인 고흥은 이 문제가 더 심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직접 가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곳이라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방문하게 된 게 뜻깊고 기대됩니다!(물론 업무차 가는 거라 지역을 돌아볼 시간은 없을 듯하지만요...) 농특산물이나 특정 명소를 중심으로 지역을 떠올리는 게, 그 지역을 참 납작하게 해버리는 일이라 좋아하지 않는데요. 하지만 막상 제가 '고흥'을 떠올리니 유자와 우주센터 따위를 들 수밖에 없네요😥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고흥이라는 지역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아무래도, 지역에서 이런 컨퍼런스를 여는 것 자체가 남다른 인상을 주니까요!).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각자 현장에서 하고 있는 활동과 함께 그 활동에 대한 고민, 해결해나갈 방법, 각자의 숙제 같은 것을 두루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을 통해 조직과 구성원이 어떻게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가 오랜 고민이고 현재의 숙제이기도 해서,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고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이렇게 한 번 얼굴을 보고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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