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성북/노래하는 기획자

홀연
발행일 2023-12-24 조회수 247

자기 소개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이름, 소속, 지역, 닉네임, SNS 등 관련 정보 링크 를 알려주시면 연결에 도움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성북구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 홀연이라고 합니다. 지역에서 가끔 연극을 기획하구요. 음악도 창작합니다. 지역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을 주되게 하고 있고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지역문화를 연구하는 일인데요. 20대를 다 갈아넣었던 이 성북에서 하는 활동이 특별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보통의 도시, 신자유주의의 관점으로 설명해낼 수 없는 관계와 활동들. 그것의 의미를 찾아내고 이 세계속에 위치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서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현재 공유성북원탁회의 2023년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협동조합고개엔마을에서 사무국장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채원(홀연)
Instagram @sudden__ly
이메일 lcodnjs95@gmail.com
   
협동조합고개엔마을
Instagram @hill.n.vill
이메일 hill.n.vill@gmail.com
   


지역활동 소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사실 성북에 이사온 지는 얼마 안됐어요. 4개월 정도 됐는데, 처음으로 혼자 자취하고 있어서 집을 꾸미는 것에 심취해 있고요. 아침수영가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근처에 흥천사가 있어서 가끔 절에 가기도 해요. 그리고 집근처에 베이글 맛집이랑 피칸파이 맛집이랑 커피 맛집을 찾아내서 돌아가면서 가기도 해요. 그리고 가끔 밤에 연습실에 가서 피아노나 기타를 치기도 해요.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생활인으로서와 직업인으로서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저렇게 혼자 돌아다니는 와중에 일을 하기도 하고 기타치고 노래하는 게 직업이기도하고요. 집에서도 일을 하고 사무실도 왔다갔다하면서 회의를 하기도 하고 생활과 일이 복잡다단하게 섞여있어요. 연습실과 사무실이 가까워져서 생활과 더 많이 섞인 것 같아요.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의도하고 지역 활동을 시작했던 건 아니고요. 그저 우연이었습니다. 제가 22살때 대학 연극동아리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예산을 마련하기위해, 지원사업이 뜬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무작정 성북문화재단에 후원을 해달라고 메일을 드렸어요. 대책도 없이 그냥 혹시나해서 넣어본 거였는데, 희안하게 재단에서 답변이 왔어요. 그래서 성북문화재단으로 미팅을 하러 갔는데, 사건의 전말은 이런 거였어요. 
당시 성북에서는 공유성북원탁회의(이하 공탁)가 만들어지고 얼마 안된 시기였고, 공탁에서 파생된 워킹그룹인 미아리고개예술마을만들기(이하 미예마)의 활동이 시작되던 시기였고요. 미아리고개하부공간 미인도를 중심으로 활동을 꾸려나가는 중이었는데, 미아리고개권역에 있는 대학인 성신여대와의 연이 없었던 거죠. 성신여대는 물리적으로도 활동적으로도 꽤 담이 높은 학교였다고 해요. 그래서 미예마친구들은 성신여대학생과의 연결지점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그와중에 제가 제안서를 넣었던 거였어요. 
그 미팅자리에서 미예마 친구들은 돈은 줄 수 없지만 네트워크를 주겠다고 했고, 일단 오케이를 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과 그 때를 회상하면 참 엉뚱한 만남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난데없이 돈달라고 메일보내는 사람이나 다단계처럼 네트워크를 주겠다고 하는 사람이나 제정신은 아닌것 같다며 아직도 깔깔대는 추억인데요. 그 이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20대를 다 여기서 보내게 되어버렸네요.
 
*공유성북원탁회의는 2012년 준비모임을 시작으로 2014년에 시작된 성북의 지역문화네트워크입니다. 민-민, 민-관 협치, 그리고 우정과 호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이며 현재 400명 가량의 주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아리고개하부공간 미인도는 동네 주민, 예술가, 청년, 건축가, 기획자 등이 모여 만든 미아리고개고가도로 하부의 도시재생 공간입니다. 현재 성북문화재단과 협동조합고개엔마을이 함께 운영하고 있고, 전시, 마켓, 공연, 연습 등의 목적으로 공간을 대관을 하고 있습니다. 1년에 4~5번 기획사업으로 <미아리고개마을장터 고개장>이 열리고, 1년에 한 번 기획전시 <동네예술광부전> 이 열립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음악을 창작할 때 자주 지역의 장면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한 가지 떠오르는 장면은 2018년 말, 미인도에 전기장판을 깔고 굴을 까먹던 장면이에요. 미인도의 차가운 시멘트 천장아래를 따뜻하게 메운 사람들의 공기가 계속 기억나요. 마치 아랫목같은 전기장판위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떠들썩하게 술잔을 부딪혔었구요. 오징어등 불빛은 반짝였습니다. 그런 장면들이 계속해서 기억에 남아요.
또 하나는 장면이라기보다는 에피소드에요. 당시 저는 27살이었는데요. 그때 지역활동 외의 친구들을 만나고와서 속상해하고 있었어요. 조금 더 어릴 때는 친구들과 늘 미래를 꿈꾸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27살의 친구들의 이야기주제는 취업, 주식, 직장에 대한 불만 등으로 좁혀지더라고요. 어떤 주어진 생애주기를 쫓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 절망적인 이야기 가운데에 저만 취업의 세계를 경험해보지 않았고, 저만 기업의 시스템을 몰랐어요. 그때까지 일도 창작도 전부 성북 안에서, 그러니까 어떤 경쟁상태에 놓여있지 않은 채로 했으니 그걸 알리가 있나요. 그래서 나만 도태되어 있는 건가, 나만 우물 안 개구리 인가하며 속상해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 친구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스템이 뭔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거야. 사람이 중요한 거지."라고 말해줬고, 또 한 친구는 우렁찬 목소리로 저 대신 화를 내줬어요. 그러면서 "너는 시스템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야. 그러니 더 대단한 일을 하는거야" 라고 말해주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신 화내주고, 위로를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특별한 일이더라고요. 내가 나를 용서 못할 때조차 나를 용서하는 사람들과 이 도시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참 위로가 되는 일이라고 새삼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특별한 어떤 한 가지 경험은 아니에요. 늘 연속적이에요. 이제 좀 성장했나하면 아직 성장할 길이 한참 남았다는 걸 깨닫고, 또 그 길을 걸어가고. 그런 식으로 오랜 시간을 걸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히 성장한 해가 있다고 하면 올해였던 것 같아요. 올해 정말정말 힘들었어요. 작년 말에 문득 내가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늘 성북이 아닌 다른 세상이 궁금했었고 언젠가 성북을 떠나야지 싶었는데, 그때 마음을 바꿨어요. 떠나지 않겠다. 나는 더 성북을 파고들겠다. 정면돌파하겠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 위해 무작정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어요. 그리고 성북에서 젊은 친구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 생태계를 이끌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그 동안 성북에서 받아왔던 많은 것들을 이제는 돌려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을 알았는지 제가 여행에 가있는동안 사다리타기로 공탁위원장이 되었더라구요. (좀 황당하긴했어요) 그러고 성북의 지형도 올 초에 많이 변화했었어요. 그래서 협동조합 고개엔마을의 사무국장이 공석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제가 사무국장을 하겠다고 자진해서 나섰어요. 이제는 나도 내 역할을 해야한다 싶어서 손을 들었어요.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 너무 많은 한해였어요. 판단해야하고 그 판단에 책임져야하는 자리를 많이 맡기도 했고요. 그 과정에서 끝도 없이 좌절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었어요. 그러면서 알게 된 건, 지금까지 내가 성북에서 평안하게 존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과 최선이 있었다는 거였어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건 참 특별한 일인 것 같아요. 그게 올해의 좌절과 성장인 것 같아요.
   

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한 사람은 아니고 친구들인데요. 성북에서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왔던 희왕과 마귀라는 친구들이에요. 두 친구 다 저를 대학생시절부터 봐왔고, 성장을 이끌어주었던 친구들이에요. 제가 관심있는 분야가 되게 많은데, 그걸 늘 캐치하고 활동을 제안해주시고요. 희왕은 제가 극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연극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고, 마귀는 지역에서 활동의 의미를 찾아주고 제가 연구자의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에요. 지역에서는 가끔 성북의 엄마아빠라고 불릴 정도로 저에 대해 늘 신경쓰고 있는 친구들이랍니다. 일이나 활동 말고도 사적으로도 제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기만 해도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 정도로 저에 대해 잘 알아요. 그리고 가끔 성북동에 있는 두 친구의 집에 가서 밥을 달라고 해요. 여기가 성북동 찐맛집이에요 진짜.. 앞으로도 희왕마귀가 밥을 많이 주면 좋겠습니다.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올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서울문화재단 예술연구활동지원사업으로 진행했던 <지역 기반 (문화)예술활동이 예술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적연구>라는 연구였어요. 성북에서 지역활동을 하는 예술가 다섯명의 10년을 추적조사해서 지역활동이 예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가시화시키는 연구였는데, 연구 참여예술인들은 인터뷰하면서 우리가 꽤 많은 공통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요. 나만 이 지역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분명히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감각을 확인받은 느낌이었어요. 올해 했던 활동의 대부분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답변)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주로 여행을 가요. 혼자 가는 게 충전의 포인트입니다. 누구랑 같이 가면 충전이 안돼요. 올 초에는 안나푸르나를 다녀왔어요. 3주간 네팔에 머물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어요. 코로나 이후 처음가는 해외여행이라서 많이 충전이 되었어요. 그런데 올해 말에 가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너무 재밌게 놀아서 봄여름가을에 일이 몰빵됐나 싶더라구요. 적당히 충전하세요... 여러분...
   

지역의 변화와 위기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성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문화예술계가 위축되고 있는 게 위기죠. 대부분의 거버넌스가 퇴색되고, 쫓겨나고 있는 현 상황이 성북에서도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그간 쌓아온 관계와 연대로 이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꿈이랄 게 별거 없어요. 그냥 지금처럼 친구들에게 밥을 달라고 하고, 가끔 같이 여행도 가고, 미인도를 지키고 연대하며 사는 게 꿈이지요. 그걸 지키기 위한 과정이 다사다난 하겠지만요.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얼마 전에 문득 지역교류프로그램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성북의 많은 친구들이 타 지역활동도 병행하고 있거든요. 저는 대부분 성북에서만 활동해 와서 좀 더 다양한 지역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얼마 전에 공탁 MT로 친구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인 홍성을 갔었거든요. 저는 워낙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달빛이 밝은 저수지를 걷는 밤이 참 좋았고 친구들과 불멍을 하며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이 정말 평화롭고 좋았어요. 그래서 성북과 타 지역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고흥에서 연락을 받아서 매우 반가웠습니다:)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사실 가 본 적이 없어서... 유자밖에 생각이 안나요. 근데 전 유자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고흥에서의 활동을 소개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고흥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어요.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