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소개를 해주세요.(이름, 소속, 지역, 닉네임, SNS 등 관련 정보 링크 를 알려주시면 연결에 도움이 됩니다.) 남해에서 비건프렌들리 카레식당을 운영하고, 종종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부릅니다. 개인 인스타그램매장 인스타그램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대부분의 시간에 일을 해서, 여유시간이 많진 않습니다…흑흑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남해에서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 노력하고 있어요.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 번 다이빙을 하고, 가끔 전통주 소모임 친구들과 비정기적으로 테이스팅 모임을 가집니다. 두세 달에 한 번 정도는 서울이나 부산에 가서 공연을 하거나 공연을 봅니다.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이 자주 놀러오기 때문에, 퇴근 후 저녁 시간에는 파티가 종종 열립니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 친구들을 잘 맞이해주면 무척 뿌듯합니다.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보통의 직장인처럼 10-19 출근해서 일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매장에서 보내지만, 올해는 정기적으로 읍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매장 운영을 위해 귀촌하여 농사를 짓는 친구와 자주 거래하는데, 가끔 농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품앗이를 받기도 합니다.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처음 지역살이에 관심을 가졌을 땐 도시재생이나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도시의 지리적 문제에 일종의 환멸을 느끼고 있었어요. 도시, 특히 서울이 아닌 곳에서 잘 살아보고싶다! 는 욕구가 생겼고요. 원래는 요리가 아닌 기획을 했기 때문에, 기획 일이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깊은 산 속 가장 뷰 좋은 명당 자리마다 빼곡히 들어찬 죽은 이들의 무덤들. 그리고 길고양이. 곧 이 곳은 죽은 사람과 고양이들의 섬이 되겠구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동네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기획한 행사를 진행하는데, 막상 행사가 끝난 뒤에 어르신이 ‘앞으로 도와주지 않겠다 너무 실망이다’하셨을 때. 이유가 여럿있었겠지만, 내가 쌓아올린 노력에 비해 너무 도움을 쉽게 받았던 것 같고 서로 기대한 게 달랐을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내가 완전히 핸들링할 수 있는 규모와 내용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고요. 지금은 지역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조금 더 생겼고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겨서 주변에 민폐를 덜 끼치면서 재미있게 작당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고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만, 같은 동네에 사는 언니가 있어요. 섬세하고 유쾌해서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급격히 친해진 케이스입니다. 제가 마음이 안 좋을 때, 내 친구들은 다 서울에 있고 남해가 너무 외로울 때 의지할 수 있는 한 사람인 것 같아요.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종종 이유없이 만나서 반찬도 나누고 수다도 떱니다.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올해의 인물은 우리 가게 옆 책방 사장님들! 여름부터 갑자기 친해졌는데, 의외로 통하는 게 많고 또 도움도 많이 받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휑한 시골에 덩그러니 마주보고 있는 비건 카레집괴 책방인데요.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올해의 장면은 제 생일에 열린 둥둥마켓(남해읍에서 열린 도시재생 플리마켓)에서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공연하고, 둥둥마켓 관계자분들께서 축하해주셨을 때! 매 달 회차가 거듭할 수록 기다리고 기대하게 되는 마켓이었는데, 생일이라 더 특별했고요.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저는 겨울엔 무조건 뜨끈한 전기장판에 지지며 귤까먹기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하려고 하기보다는 정말 ‘쉰다!’는 느낌으로 쉬면 좋겠어요. 책을 봐도 좋고 영화를 봐도 좋고. 미뤄두었던 할일들을 하나씩 하고요. 저는 미루고 미루던 유튜브 영상 올리기를 시작했답니다.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남해에 귀촌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땐 역시 인구가 줄고 있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귀촌한 사람들이 정말 잘 살기 위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요. 빈 집은 넘쳐나는데 막상 내가 이사가려고 알아보면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저희 가게가 있는 동네는 개발 이슈가 있다보니 어르신들이 집을 내놓아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내놓기도 하고요.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금 삭막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일단 도시생활자만큼의 소득을 창출하기! 지역에 오니까 나갈 돈은 많고 소득은 반의 반토막이에요. 이미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으니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지금 내가 갖추어놓은 조건에서 최소한 먹고살 수 있는 방편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남해 재미없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재밌게 살기!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다양한 경제활동이 벌어지는 곳. 꼭 도시에 살지 않고 지역에 살아도 먹고살만하고 느끼게 되길. 도시처럼 쉽게 소비할 수 없다보니, 소비하지 않고 생산하는 문화가 더 강한 것 같아요. 집집마다 뭔가를 직접 만드는 게 익숙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이런 걸 내세워서 재미있는 일을 꾸려봐도 좋겠어요. 아쉬운 것은 남해에서 인근 지역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데요. 가까이 위치한 지역이지만 왕래가 어려운 점이 많이 아쉬워요. 지역에 살면 자차를 모는 게 당연해보이지만, 의외로 운전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답니다. 카풀이라던가 소규모 렌트라던가 이런 서비스가 생기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해요.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유자선진국! 남해도 유자를 키우지만 고흥이 조금 더 잘 나가는 것 같아요. 유자 농가도 더 체계적인 것 같고요. 남해는 농가에서 노란유자만 취급하는데 고흥은 청유자도 있고, 유자 관련 제품들도 더 다양한 것 같고요. 그리고 제주로 가는 녹동항이 있다! 남해에서는 배로 남해 밖을 나가기 어려운데, 고흥은 항구가 있으니 조금 부럽네요!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떻게 먹고사세요? 요즘 제일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