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 / 춘천 / 실험하는 자영업자

밋밋
발행일 2023-12-25 조회수 262
나고 자란 사람, 로컬을 궁금해하는 사람, 로컬로 돌아온 사람 친구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사람 로컬에서 ‘관계를 기반으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

자기 소개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조홍숙(밋밋)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베이커들의 성장 지대, '베이커스페이스 밋밋(meet_meet)'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이커스페이스는 취미와 일 사이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제빵 업계 진로 희망자 및 예비.초기 창업자)을 대상으로 제빵 연습실대여, 베이킹클래스, 협업 프로젝트 등 '자가 훈련'을 위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공간(브랜드)입니다.
   
미대 졸업 후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공공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약 6년간 비영리 기관에서 문화기획-행정 일을 했었습니다. 진정한 성장은 외부 환경 보다 상상을 실제로 구현해 보는 ‘자기 경험’에서 비롯됨을 깨달으며 22년, 창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자영업을 통해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정말 자가 생존이 가능한가를 몸소 실험하고 있는 중이에요.
   
홈페이지 : www.bakerspacemm.com
인스타그램 : @bakerspace_m_m
이메일 : cong817@gmail.com


지역활동 소개

생활인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모든 초기 자영업자가 그렇듯 일과 생활에 구분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7시 전 작업실에 도착합니다.  커피를 들고 2층 개인 사무 공간에서 투두리스트 체크, 독서로 하루의 시작을 워밍업하고 오전 10시~오후 8시까지 공간 업무를 봅니다. 이후 서울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과 춘천역에서 합류하여 함께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해요. 가사일을 하고 샤워하고 일기 쓰고.. 그러다 보면 금세 열두시, 한시가 되죠. 베이커스페이스는 아직 고정 휴무일이 없기 때문에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  여유 시간엔 춘천을 탐방합니다. 고향이지만 아직도 모르는 곳이 너무 많아요... ㅎㅎ


직업인(지역문화생산자)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해 주세요.

대관이나 클래스 업무 외에 지역 청년 사장님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파이프라인 구축 실험을 하고 있어요. 
여름엔 옆집 카페 사장님과 콜라보로 브런치세트를 판매했고 가을엔 그 옆 옆집 빵집 사장님과는 향신료 마니아를 위한 커리+갈릭난 클래스를 열었어요. 그리고 최근엔 3D 모델링을 하는 기업과 협업하여 오더메이드 디저트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한정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으론 역시 함께 일을 벌이고 마무리해보는 경험만 한 게 없는 거 같아요.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자신이 가진 자원들을 활용하는 방식 등이 압축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나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일 제안을 해보고 역으로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흔쾌히 수락하는 편이에요.


지역 활동의 시작과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우선은 서울에서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온 이유는 이곳에 혼자 계신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본연의 내가 가진 강점을 다시 발견하고 발휘하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지난 30년의 삶은 외부에서 쥐여주는 그때그때의 미션들을 잘 수행하는 것에만 몰두했었는데 어느 날 그런 나의 삶이 빈 껍데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춘천으로 귀향한 청년들과 이야기 하다 보니 대부분 비슷한 고민과 욕구를 가지고 있었어요.
사람마다 잘 ‘노닐 수 있는 나만의 물이 있다‘고 하는데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다보니 내가 대체 어디까지 떠내려왔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어린 시절 본연의 모습으로 가장 잘 노닐었던 곳으로 회귀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곳에서 다시 차근차근 시작해 보는 거예요. 진짜 나를.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고향에는 추억이 깃든 장소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곳을 거닐면, 그때 만난 관계들과 나의 선택들이 떠올라요. 그리고 지금의 나라면 어땠을까 다시 짚어보죠. 그것이 후회던, 만족감이던 그것을 상기하고 재해석해 보는 시간을 통해 성장의 눈금을 재보고 다음 선택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는 거 같아요.


지역에서의 성장 경험

지역에서 경험한 성취와 좌절, 성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처음 창업을 하고 1년간 대출금을 야금야금 까먹으며, 정말 이러다 금방 끝이 나겠구나 싶은 순간이 왔어요. 
매출을 내지 못한다는 건 나의 가설이 틀렸고 역량도 부족함을 뜻하는 것인데 개선할 방법을 모르니 점점 조급해져 갔어요.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파고파고 들어가다 보니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내리던 사고방식과 선택 체계 전체.. 다 더라고요?ㅎㅎㅎ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끝이 없고.. 사람이 바뀌는데 평균 10주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정말 10주 동안은 작업실도 닫고 미친 듯이 사업 관련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마인드셋을 했어요. 그리고 다시 리오픈을 했는데 거짓말같이 일이 들어오고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들과 연이 닿게 되었어요. 저는 이제 막 좌절의 늪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래서 정말 성장했는가의 여부는 내년 이맘때쯤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


관계의 확장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교류하는 사람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얼마 전 ’쏨‘이라는 친구와 동업을 하게 되었어요. 
작년 말 지역 지인의 소개로 안면을 트게 되었고 인스타로 교류하던 중 그녀가 3D 프린팅을 이용해 쿠키 커터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그녀는 자신이 만든 커터 사용 피드백을 얻기 위해 체험자를 찾고 있었고 때마침 예전부터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이 있어 협업 제안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정말 시기적절하게 우리의 파트너십과 아이템을 빠르게 실험해 볼 수 있는 지자체 공모사업도 나왔죠. 
저희는 각자 본업이 있음에도 한 달 동안 계획서작성-심사&협약-상품개발-시민워크숍 운영까지 해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을 함께 해냈어요. 처음으로 목표를 동기화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자신의 품을 계산할 필요도 없이 척하면 척, 쿵 하면 짝 하는 사람을 만나 너무 신기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동안 SNS를 통해 알게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쌓였던 것 같아요. 서로가 발신하는 메시지들에 공감할 수 있었기에 ’일‘을 시작하기 위한 부연 설명들이 필요 없었던 거죠. 가벼운 제안에서 동업까지 정말 순식간에 이루어졌는데.. 이 이후의 성공 여부도 아마 내년에 이야기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ㅎ


2023년 회고

올 한해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활동 또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협업의 기억들이요!
카페 사장님과 호주 콘셉트로 브런치 세트를 만들어 팔아보고, 비건 빵집 사장님과 인도 커리 쿠킹클래스를 열고, 양구 사과농장과 애플파이 디저트를 개발하고 3D 모델링 스타트업과 협업 비즈니스를 시작한 일!!
   
모두 보조금 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니즈와 투자로만 이뤄진 일들이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뾰족하게 공략하고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저는 이번 사건들을 통해 그동안 입으로만 떠들던 ’지속가능성‘을 정말 실현해낸 기분을 느꼈어요.


겨울나기

겨울(비활동기간)을 건강하게 충전하며보내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저에겐 이제 비활동 기간이 없어요.
조금만 까딱해도 매출 비수기가 오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놓칠 수 없이 다음을 준비해야 해요. 그래서 매일 충분히 휴식하고 루틴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어요. 


지역의 변화와 위기

여러분이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위기나 위험 요인이 있나요?

인구 소멸지역 중 하나인 강원도도.. 문화부, 행안부, 중기부 등 정부 보조금이 끊임없이 내려와요. 
그리고 정부 보조금은 정말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을.. 개인 사업을 하고 더 여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역민을 위한 ’무료 00‘ 들이 넘쳐나다 보니
문화예술, 교육 분야에 대한 지역민들의 마음의 단가는 수도권보다 매우.. 말도 안 되게 낮은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고 비슷한 업계의 비즈니스를 하는 자영업자들도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어요.
   
저도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창업 자금 일부를 정부 창업 지원금으로 조달 받았는데 어쩐지 점점 저의 타겟이 고객이 아니라 관을 향하고 있게 되더라고요. 대부분의 시간을 페이퍼를 작성하는데 보내고, 나의 다음 계획이 지원 사업의 당락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걸 보며.. 또 다른 챗바퀴게 갇힐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역경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 보조금은 정말 내 사업의 씨드로서 영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지역에서의 꿈

지역에서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강원도에서 ‘베이킹 전용 공유연습실’은 저희 베이커스페이스가 유일무이해요. 
제가 느꼈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비즈니스였지만 실제로 홍천, 화천, 원주, 평창, 동해에서도 찾아오시는 분들을 만나며 누구에게나 절실히 필요하지만 여전히 부재하는 것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지역으로 돌아오는 청년들, 지역에서 내 일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짜 욕구는 무엇일까? 앞으로 공간 제공을 넘어 개인의 내밀한 성장 욕구까지 충족해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싶어요.


로컬의 미래

내가 기대하는 로컬의 미래와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활동이나 협업을 제안해주세요.

제가.. 고향인 춘천을 미친 듯이 떠나고 싶다고 느꼈을 때가 딱 두 번 있었는데,
 ‘난 이제 여기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어!’ 라는 생각이 들 때였어요. 만나는 사람들이 한정되고 대화가 한정되다 보면 나의 세계관이 점점 좁아져 가는 기분이 드는데.. 저는 그 감각이 사무치게 싫더라고요. 사실 그건 나 자신의 가능성 보다 ‘환경’에 더 의존했던 탓인데 말이에요. 지금은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동력을 만들고, 일을 만들고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지역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되려 지역의 한계가 때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그래서 우연을 기회로 만들기도 더 쉽다고 봐요. 저는 당분간 이 지역의 장점들을 레버리지 삼아 소소한 협업 실험들을 계속 계속 해볼 생각이에요. 그래서 지역에서 동반 성장할 수  실질적인 채널들을 많이 만들어 내보고 싶어요.  언제가 고흥에서 춘천으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흥은?

고흥이란 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알려주세요.

유자? 고흥분들도 춘천 하면 닭갈비가 떠오르시겠죠?? 하하;;
본투비 강원도인에게 고흥은 거의 제주도 급 신비의 아일랜드(?) 느낌이 있어요.
로컬 기획자 친구 덕분에 고흥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요즘 힙한(?) 기획자들이 고흥에 모인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고흥에 가보고 싶어요!ㅎㅎ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고흥으로 귀향, 귀촌한 청년들은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실까요?
그 곳에선 어떤 협업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베이커스페이스와도 연결 지점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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